데페이즈망은 쉽게 말해서, 일반적으로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완전히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사물이 놓여 있거나, 어울리지 않은 대상과 만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주로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발견되는 방식인데 대표적으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이 그런 합리적인 의식을 초월한 세계를 구현하곤 했다. 예를 들어, 하늘에 중절모의 신사들이 둥둥 떠있는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낯섦, 낯선 느낌
dépaysement
프랑스어 남성 명사.
1. [옛] 고향[고국]으로부터의 추방, 유배
2. 낯섦, 낯선 느낌
3. (좋은 의미로) 환경[습관]의 변화, 기분 전환
19세기 후반 로트레아몽 Comte de Lautréamont (1846~1870)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시인, 이즈도흐 뒤카스 Isidore Ducasse의 시의 한 구절이 데페이즈망의 시초였다. 그의 산문시집 [말도로르의 노래 Les Chants de Maldoror, 1868-1869]는 기괴한 환상이나 착란, 반항과 파괴 등으로 점철된 악마적인 세계를 노래한 책이다.
로트레아몽과 말도로르
프랑스어로 Mal은 악(惡)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인 말도로르의 이름에서 이미 인물의 이미지가 풍겨 나오는 것 같다. 말도로르는 살인쯤은 가볍게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인데, 결국 기독교의 신(야훼)과 대적하고 싸우기까지 한다는 신성모독으로 가득 찬 내용이라고 한다.
이 산문집에서 나온 한 구절인,
« Beau comme une rencontre fortuite sur une table de dissection d’une machine à coudre et d’un parapluie. »
Chant VI, strophe 1
"수술대 위에서의 우산과 재봉틀의 우연한 만남처럼 아름다운" 은 초현실주의 신봉자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구절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상관없는 물건들이 만나는 상황이 아름답다고 묘사한 것이 일반인이 보기에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을듯하다.
그의 책이 너무 어둡고 악으로 가득하여 출판의 기회를 놓치기도 했으며, 24살의 젊은 나이에 몽마르트르의 숙소에서 홀로 죽었다는 이야기를 보면 그 인생의 어두움이 그의 책에 반영이 되었고 그 책 안의 어떤 구절이 질서나 상식 같은 것에 구애받지 않은 어떤 '이미지'를 구현하여 여러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좋고 나쁨, 선과 악을 넘어 예술작품 그 자체가 가진 가치와 생명력은 높이 사나 이 모든 발상의 원류가 어두움, 광기에서 늘 기인한다는 것이 예술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씁쓸하달까.
댓글